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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ign/어쩌다 디자이너

회사의 적폐 1호, 불명예 'PPT'


회사의 적폐 1호, 불명예 'PPT'

 

조직의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종종 적폐 1호로 규정되는 것이 있다.

바로 'PPT(파워포인트)'문서 만들기다.

이 PPT 만들기는 보고문화를 조장하고, 이 보고를 위해 쓸데없는 이미지 찾기와 불필요한 형식을 갖추어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PPT를 적폐로 규정하는 큰 이유다.

 

H카드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극단적 이게도 PPT츨 전면 금지시켰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 바로보기]

H카드에 다니는 분이 없어서 확인할 길은 없지만, 과연 이 회사에서 진짜 PPT가 사라지고, 직원들은 보고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을까? PPT를 금지하는 대신에 워드나 엑셀 또는 이메일 등으로 간단히 보고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러한 조치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을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여 문서를 만들던, 워드나 엑셀 또는 이메일로 만들던 다른 게 무엇인가? 파워포인트는 효과적인 설득을 위한 틀이다. 어차피 보고를 해야 한다면, 파워포인트로 하는 게 낫고, 어차피 듣는 사람이 이해를 해야 한다면 파워포인트로 설득시키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PPT를 없애지 말고, 차라리 보고를 금지시키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맙소사, 할 말은 많은데,

어떻게 3페이지로 줄이나요? 백일장입니까?'

 

H카드 사례처럼  PPT를 완전하게 금지시키는 극단적인 방법 말고도, PPT를 제한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된다. 어떤 회사는, PPT를 만들 시 지켜야 할 사항들을 가이드처럼 배포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모든 보고서는 3페이지 이내로 작성할 것
- 배경과 이슈, 의사결정 사항으로 정리할 것
(그러면서,  폰트와 제목 양식을 맞춘 샘플 템플릿이 몇 개 함께 배포됨)

 

두줄의 가이드는 아주 명확해 보일 수 있고, 일의 양이 매우 줄어들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제한사항에 불과하다.

사람마다 뇌구조가 달라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풀어놓을지에 대한 고민 또한 다를 텐데, 그걸 저런 가이드를 두어  오히려 발표자의 상상력을 제한시키고, 말하기를 더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보고를 금지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보고를 해야 하는데, 보고서를 3페이지로 이내로 작성하고 보고를 하라는 것은 피피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백일장도 아니고, 3페이지 이내로 의미를 함축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고서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리고 3페이지 이내로 줄여서 보고를 했다 치더라도, 보고를 받는 사람은 함축된 내용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더 많을 수밖에 없고, 질문은 넘쳐나 회의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피피티 규제는 어차피 보고를 해야 하는 보고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을까?

 

 

첫째, 피피티를 금지시키지 말고, 오히려 열린 방향으로 장려해라. 
(프레젠테이션 디자인과 관련된 표현을 제한하지 말라)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파워포인트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툴에 불과하다. 거기에 전사에서 통일된 양식을 갖추길 바라고, 공통된 디자인 가이드를 주는 것은 발표자의 크리에이티브를 제한할 뿐, 보고 내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보고 포맷을 꼭 PPT(파워포인트)로 제한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보고도 물론이고, 프린트를 활용한 보고, 엑셀, 이메일 등의 보고도 모두 활용 가능하다. (애플 키노트, 페이지, 넘버스 그 무엇이든) 툴은 툴일 뿐, 발표자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잘 전달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발표자가 어떤 내용을 보고할 것인지 명확하게 숙지 후, 어떤 툴을 이용하면 효과적인 보고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어떤 툴을 선택할지는 발표자가 가장 명확히 알 수 있다.)

 

셋째, 발표자의 내용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를 받는 사람은 발표자의 내용을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선입견을 버리고, 발표자가 어떤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지 잘 들으면서 이해를 해주어야 한다. 전사 디자인 양식을 맞추었는지, 전체 슬라이드 장수가 3장이 넘어갔는지는 잘 보고 들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세상에 나온 툴중에 불필요한 툴은 없다.
프레젠테이션에 도움을 주라고 만든 툴을, 프레젠테이션에 제한하겠다는 참 아이러니한 회사다.